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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클닷컴's 서재/인문학 외 2010/03/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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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을 생각한다

김용철이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으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삼성에 대하여는 김용철이 많은 생각을 이 책에다 풀어놓았으니, 본 리뷰에서는 그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 한정해서 인간 '김용철'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김용철은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대한민국 검사가 되었다. 1980년 2월 고려대학을 졸업하고,[각주:1] 3년간의 법무관 복무를 마친 1989년 2월 검사로 임관했다.[각주:2]

"꾀병을 부린 병사를 구속시킨 일이 있다. 해당 병사의 친척이 찾아와 구속은 시키더라도 전과 기록은 남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기록을 없애 달라는 불법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각주:3] 김용철은 검사생활 이전부터 강직했다.

이런 그의 강직함은 검사가 된 뒤에도, 집안 형편이 크게 달라지지 않게 했다.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온갖 일을 해야 했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미술과 영어를 가르쳐서 생활비를 감당했다.[각주:4]

초임검사 시절에는, 관내(인천지검)에서 무면허 약사인 김용철의 종조부를 체포하도록 지시한 일이 있었다. 또, 취중 교통사고를 낸 그의 친동생, 만취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처남을 모두 구속하도록 했다. 당시 담당 검사가 피의자들이 그의 친족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부담없이 처리하세요"라고 말했다. 결국 친가, 처가의 형제들과 20년 가까이 만나지 않는 의절 상태가 됐다.[각주:5]

김용철은 학교 선배나 동기들이 사건 관련 청탁을 해 오면 정중하게 거절해도 될 일을, 정색을 하며 "나를 도와줘야 할 입장에서 불법적인 일을 부탁하느냐"고 훈계를 하기도 했다. 결국, 많은 동문들이 그와 의절하다시피 했다. 당시 그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각주:6]

김용철의 청렴 강직한 검사상은 계속된다. "홍성지청 시절, 깨진 병으로 남의 목을 찌른 사람을 벌금형으로 처리해서 석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거부했다. 살해의도가 명백한 피의자를 석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됐다. 당시 그 피의자 쪽 사람이 나를 찾았다. 관내 유지였는데, 돈을 들고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청장님에게도 인사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뇌물공여의사표시 죄로 인지수하지 않는 게 다행인 줄 알라"면서 그를 돌려보냈다."[각주:7]

김용철은 청렴하고 강직한 이러한 무용담을 이 책 곳곳에서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일테면 큰 꼭지까지 달아서 김용철은 다음과 같이 무용담을 자랑한다.

부산지검에서) 유흥업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단속경찰관들이 푼돈을 받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만원 받은 경찰관은 서장으로 하영금 사표를 받도록 했고, 50만원 받은 경찰관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자 재청구하여 결국 영장을 받아냈다. 소액 뇌물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려고 그랬다.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p. 301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김용철의 검사시절은 양심과 강직함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그가 검찰을 떠나 법조계 처음으로 대기업에 취직하게 된 것도 그의 강직함 때문에 검찰을 떠나게 되었다고 김용철은 회상한다.

"나는 골프를 잘 못 칠 뿐더러 싫어했다. 선천적인 심장 이상 때문에 나는 어린 시절에도 공놀이를 해 본 기억이 없다. 공놀이가 질색인 내게는 골프는 고역이었다. 게다가 나는 접대에 도무지 소질이 없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다가, 억지로 비위를 맞추는 일은 염 젬병이었다."[각주:8]

부장검사가 되면 스폰서를 끌여들어 부하검사들에게 골프 모임도 마련하는 것이 영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강직한 검사 김용철에게 검찰청은 좌천성 인사발령을 한다.

"1997년 서울지검 특수부 수석검사을 떠나게 됐다. 예상치 못했던 인사 조치였다. 6개월 뒤 부부장으로 진급이 예정돼 있었는데도 부천지청으로 발령으로 났다."[각주:9]

그리고 그는 1997년 8월 삼성에 취직한다. 삼성에서 김용철은 "법인카드를 가지고 친구들에게 밥 사고 골프 치고 휴가 때 숙박비를 대주는 등 인심을 쓰고 다녔다. 골프도 한 팀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팀을 초대하여 내가 일체의 경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곤 했다. 에버랜드 무료이용권이나 의류상품권을 현직 검사들에게 주기도 했다.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각주:10] 

10만원을 받은 경찰관은 사표를 받고 50만원을 받으면 구속시켰던 김용철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회사돈을 가지고 그저 '인심'을 쓴 것으로 인식한다.(그의 정신은 분열되어 있는 것일까) 푼돈을 받은 경찰관은 구속시키고 그 보다 더한 짓을 한 스스로에게는 '인심을 쓴' 것으로 자기정당화를 시도한다. 이중인격자라도 이런 이중인격자가 있을까 싶다.

이렇게 그의 범법행위들은 미화되어, 수 많은 청렴 강직한 무용담과 적절하게 결합한다. "나는 검찰 선후배나 동기들에게 뇌물성 현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종종 받았다. 나는 이런 지시를 때로 이행했고, 때로 거부했다. 돈을 받은 검사들 가운데 일부는 돈을 되돌려줬다."[각주:11]

삼성에서 김용철은 더 이상 강직한 검사가 아니었다. 푼돈을 받은 경찰을 해직시켰던 김용철이가 삼성에서는 어떻게 거액의 뇌물을 뿌리고 선물을 돌릴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일인물이 아닌, 동명이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의 뇌물 무용담에는 치열한 자기 반성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김용철은 말했을 뿐이다.

삼성에서 김용철은 승승장구했다. 2000년, 그는 재무팀 상무로 승진했다.[각주:12] 재무팀 상무로 승진한 김용철은 강직함의 화신에서 악령이 씌인 악다구니로 돌변한다.

이재용이 1996년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인수한 게 에버랜드 사건이다. 그런데 2000년 6월 곽노현 교수 등 법학 교수 43명이 이 사건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래서 삼성은 검찰조사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필요해졌다.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짠 시나리오에 맞춰 조사 대상자들이 증언을 해야 했으므로 조사 대상자를 불러 시나리오를 반복 학습시키는 작업은 필수적이었다.[각주:13]

삼성구조본이 통제하기 어려운 그룹 외부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우호적인 사람이 조사받게 하도록 검찰과 협의했다. 변호사별로 대상자들을 분류하여 반복 학습시켰고 시나리오가 서로 어긋날 경우에는 관재파트 임직원과 다시 협의하여 시나리오를 바꿨다. 시나리오를 계속 다듬고 다시 교육시키는 일은 보통 작업이 아니었다.[각주:14]

그리고 그는 그가 지목한 삼성비리의 핵심 2인방 이학수와 김인주의 장자방이 된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는 김인주와 함께 하루 종일 담배를 피며 고민하면서 며칠씩 보내기도 했다. 이학수, 김인주, 이재용 등은 고민스러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와 의논했다."[각주:15]

삼성구조본에는 '관리 대상 명단'이 있었는데, 그는 관리 대상 명단을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다뤘다.[각주:16] 삼성이 뇌물을 조직적으로 뿌릴 명단조차 그의 손에서 놀아나게 된 것이다. 삼성 비리의 핵심에 들어선 김용철은 2002년 전무로 승진하게 된다.

2002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김용철은 더욱 대담해 진다. 구조본 법무팀장을 맡은 뒤, 그의 주요 업무는 이재용의 불법세습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 특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관해 증거사실을 조작왜곡하고 조사 대상자들이 검찰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시나리오를 짜서 학습시키는 것이었다.[각주:17]

그의 대담한 공적(?)들은 삼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홍성원 사건을 잘 마무리한 보상으로, 이학수가 그에게 1억 원 수표 한장을 줬다.[각주:18] 김용철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는 그 돈을 옳은 일 같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며 받았다. 김용철은 또 제주도 호텔 스위트룸에서 그의 처와 휴가를 보낸다. 물론 회사가 공적으로 보낸 준 것이다. 역시 그에게 양심의 가책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에서 이렇게 인정받고 잘 나가던 김용철은 "2004년 8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각주:19] 갑자기 7년동안 저질러 온 비리행위에 대한 자각이 그에게 일어나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들은(삼성) 내가 왜 구조본을 떠났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각주:20]고 김용철은 말한다. 그가 진짜 삼성을 떠난 이유는 뭘까.

김용철이 회사를 떠날 무렵은 대검 중수부장 안대희가 비자금 수사의 칼끝을 삼성에 겨누고 있을 때다. "나더러 안대희를 '관리'하라고 했는데, 안대희는 '관리'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게 일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를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각주:21] 정말 김용철에게 안대희를 관리할 생각이 없었을까. 뇌물공여를 직업적으로 해온 김용철의 감각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어째튼 여기까지가 삼성에서의 김용철의 모습이다. 양심과 강직함의 화신이었던 그가 어떻게 삼성에서는 거의 1년 내내 골프를 치고 뇌물을 공여하고 증거조작까지하는 범법자가 되었을까. 검찰과 삼성에서의 김용철의 인간적 본질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김용철은 청렴 강직함들의 무용담과 비굴한 삼성에서의 무용담을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시간순이 아닌, 마구 뒤섞어 놓는 방법을 택했다. 왜일까.  

김용철은 꾀병을 부린 병사, 힘없는 증조부와 친동생, 그저그런 선배와 동기, 푼돈을 받은 경찰관 등 소위 사회적 약자들한테는 서슬이 퍼랬다. 약한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 김용철은, 그렇다면 강자들한테는 어땠을까. 검찰청장이나 그의 상사들한테도 그는 강직했을까.

"서울지검 특수2부 시절, 서울특별시 제2기 지하철 5,6,7,9호선 공사 23개 구간의 현장 감독 공무원들이 매월 마지막 날 피감독 업체로부터 300만원씩을 받고 있는 것을 인지수하여 전원구속했다. 그 뒤 나는 전국 철도청으로 수사를 확대할 증거를 확보하였는데도, 암묵적인 중단 지시를 받았다."[각주:22] 약자에게 보인 강직함들이 김용철의 참본성이었다고 해도 단지 '암묵적인'은 중단 지시를 받고 수사를 중단했을까.

"부산의 신설된 다리의 경우, 공사비의 40%만 투입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수사과정에서 재벌 계열 건설업체들이 불법 공여할 정치자금을 하청업체들에게 분담시키기도 하고, 하청업체들의 명의로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한 증거를 확보했다. 그래서 10여 개 건설업체들을 압수수색하겠다고 건의했다가 청와대와 사돈되는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그래서 일부 기업을 빼기도 하였는데 당시 검사장은 일부 기업을 빼면 오히려 문제가 되니 전부 수사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수사하지 못했다."[각주:23]

그의 강직함이 진정한 것이었다고 해도, 청와대와 사돈되는 기업이라고해서 수사에서 뺐을까. 혹시 그의 강직함들의 무용담들조차 거짓말 시나리오처럼 조작된 것은 아닐까.

"신문의 편의를 위해, 나는 그가 좋아하는 호칭을 쓰기로 했다. "각하(전두환), 오늘은 불편한 보고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우중 회장께서도 각하께 200억 원을 드렸다는데요"[각주:24] 이 구절을 읽고 나면 약한 자들에게는 한없이 강하고, 강한 자들에게는 한정없이 비굴한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그가 2007년 10월 양심고백을 하고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양심고백은 양심이 아팠다는 소리다. 그런데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김용철이 양심이 아팠다는 구석을 찾아 볼 수 없다. 1억원을 받으면서도 그는 옳은 일 같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김용철이 진정으로 양심고백을 하고 싶었다면, 2000년 쯤 했을 것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터졌을 때, 김용철은 증거조작을 할 것이 아니라 그 때 양심고백을 했어야 했다. 그 때가 아니라도 김용철은 양심고백을 할 순간들은 많았을 게다. 그런데 2007년에서야 김용철은 양심고백을 선택했다.

김용철은 검찰의 좌천성 인사발령에 발끈하여 검찰을 떠나 대기업으로 가는 최초의 현직 검사가 되었다. 김용철은 안대희라는 거인을 만나 삼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안대희를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고 있었던 당시 검찰로부터 절박한 위기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삼성을 탈출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그가 진정으로 양심고백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궁금해진다. 물론 이번에도 어떤 위기감이 그럴 엄습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심고백을 위기 돌파의 방편으로 삼는 것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최소한의 자기반성만 있다면.

김용철은 (삼성 사람들이) 오염된 영혼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오염된 영혼이 과연 누구인지 의구심이 든다. 삼성비리는 물론 나쁘다. 그 비리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용철은 삼성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삼성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이 책에는 짙게 베어 있다.

김용철은 (삼성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삼성에 의해 자신이 비리를 저지르게 되었을 뿐이라는, 스스로에게는 지극한 관대함을 보인다. 자기 반대편의 비리 연루자들은 오염된 영혼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순수한 자기 영혼이 오염된 자들에 의해 오염되었다라고만 말했어도 덜 비굴해 보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의 영혼은 여전히 깨끗하다. 그러니 양심고백을 했다는 투다.

갑자기 김훈의 소설『공무도하』의 한 구절이 떠 오른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이다."

김용철은 1958년 전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p. 286. [본문으로]
  2. 위의 책, p. 293. [본문으로]
  3. 위의 책, p. 292. [본문으로]
  4. 위의 책, p. 286. [본문으로]
  5. 위의 책, p. 294. [본문으로]
  6. 위의 책, p. 297. [본문으로]
  7. 위의 책, p. 300. 청장이 아니라 그의 부하검사에게 인사를 했다고 했어도 그는 인지수사하지 않았을까. [본문으로]
  8. 위의 책, p. 173 [본문으로]
  9. 위의 책, p. 313-314. [본문으로]
  10. 위의 책, p. 172. [본문으로]
  11. 위의 책, p. 125. 그가 뇌물공여를 이행하고 거절한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뇌물이면 뇌물이지 뇌물'성' 현금이란 또 무슨 말인가. [본문으로]
  12. 위의 책, p. 199. [본문으로]
  13. 위의 책, p. 206. [본문으로]
  14. 위의 책, p. 209. [본문으로]
  15. 위의 책, p. 199. [본문으로]
  16. 위의 책, p. 212. [본문으로]
  17. 위의 책, p. 205-206. [본문으로]
  18. 위의 책, p. 366. [본문으로]
  19. 위의 책, p. 223. [본문으로]
  20. 위의 책, p. 145. [본문으로]
  21. 위의 책, p. 219. [본문으로]
  22. 위의 책, p. 303. [본문으로]
  23. 위의 책, p. 304. [본문으로]
  24. 위의 책, p. 3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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