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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임금님/실험실 & theory 2009/11/23 01:41

ⓒ 조클닷컴 joecLe.com™ 자유를 꿈꾸다

죄수의 딜레마, SK그룹의 경영철학과 리니언시

공정거래위원회는 LPG업계의 담합에 대하여 1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있다. 그런데, 지난 12일 열린 공정위 심판정에서 SK에너지와 SK가스가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 감면)을 신청했다는 소문으로 관련업계와 시민단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SK에너지가 신청한 리니언시제도는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를 활용한 것으로 담합조사에서 먼저 자백하는 기업에게는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리니언시는 경험적으로 담합 적발에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돼 널리 이용되고 있다. 

SK에너지와 SK가스는 공정위에 먼저 자백한 대가로 각각 과징금 100%와 50%를 감면 받게 된다. 이 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절대로 담합하지 않았다며, 두 회사가 시장 점유율 53%를 점유하며 LPG의 가격을 주도해 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만 살겠다고 리니언시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리니언시이지 그것은 고자질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담합의 선두에 서서 가장 많은 폭리를 취한 SK계열 두회사가 과징금을 내지 않는 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천문학적 숫자의 폭리에 대해 과징금 전부의 감면이 아닌, 그 중의 일정 비율만을 자진신고명목으로 감면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자백을 한 SK에너지와 SK가스는 나쁜 기업일까, 좋은 기업일까. 개인의 이득이 전체를 위한 최선의 결과와 상충될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의 핵심 개념은 표준 경제학에서 시장점유율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두 기업이 경쟁을 포기하고 가격을 담함함으로써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맥락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피트 런의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The Lies of Economics)에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대한 깊이 있는 논점을 제공하고 있어 소개한다.


1950년 캐나다 수학자인 알프레드 터커(Alfred Tucker)에 의해 고안된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학과 관련성이 높은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게임으로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면 직업, 경제, 환경, 심지어 개인적인 문제까지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상습적인 범죄자이다. 당신과 오랜 범죄 파트너 '후디'는 중범죄로 방금 체포되어 감옥에 따로 수감되어 있다. 수사관은 당신의 자백을 유도하고 있다. 만약 자백하면 분명 당신의 형은 줄어들지만 후디의 자백 여부에 따라 정확한 형량이 결정된다.

두 사람 모두 죄를 깨끗이 인정하면 각각 5년형을 선고받는다. 만약 둘 중 한 명만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은 입을 다물면, 자백한 사람은 1년 형만 받고 입을 다문 사람은 7년형을 받는다. 아무도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2년 형을 살게 된다. 당신은 후디와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떻게 하겠는가?

사진 : 한겨레

죄수의 딜레마는 미묘하다. 후디가 자백을 거부한다고 하자. 당신은 자백하면 1년형, 입을 다물면 2년 형을 받는다. 자백하면 형량이 짧아 진다.

한편 후디가 자백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그냥 조용히 있으면 7년 형, 당신도 자백을 하면 5년형이다. 여기에서도 자백을 하면 형량이 짧아 진다. 따라서 후디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 없이 당신이 자백을 하면 형량이 짧아지게 되어 있다.

순전히 이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당신은 자백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두 사람이 모두 이기적인 논리를 따라 자백하면 둘 다 각각 5년 형, 합해 10년을 감옥에서 살게 되는데, 전체로 볼 때 이것은 최악의 결과다. 따라서 당신은 입을 볼 다무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백을 거부하는 행위는 자기를 희생하는 행위이다. 후디가 당신처럼 자백하지 않아도 형은 1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신은 입을 다물었는데 후디가 자백을 하면 그는 1년 형을 받지만 당신은 7년 동안 감옥에서 썩게 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 딜레마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적어도 1년 동안 자유를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있고 상대방도 똑같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죄수의 딜레마와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상황은 이외로 흔하다. 두 명(또는 그 이상)의 개인적 동기가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와 상충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사람들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행동할까?

다음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당신은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있고 당신이 모르는 '마네킹'이라는 상대방은 다른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고 하자. 두 컴퓨터는 모두 버튼 A와 B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당신이 A를 클릭하고 마네킹도 똑같이 A를 클릭하면 각자 5파운드씩 받는다. 만약 당신이 A를 선택하고 마네킹이 B를 클릭하면, 마네킹은 7파운드를 받고 당신은 1파운드만 받는다. 그러니까 당신이 멍청한 놈이 된다. 만약 그 반대의 선택이 이루어지만 당신이 7파운드를 받고 이번에는 마네킹이 멍청한 놈이 된다. 만약 둘다 B를 선택하면 당신과 마네킹 모두 2파운드씩 받는다.

당신은 죄수의 딜레마에 직면한 것이다. 다만 그 목적이 형량 감소가 아닌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모두를 위해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둘 다 A를 클릭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믿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버튼을 클릭하겠는가?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약 반수가 A를 클릭한다. 즉 50퍼센트는 표준 경제 이론을 위반한다. 표준 경제학에 따르면, 당신은 이기적이라 마네킹이 무엇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당신이 받을 액수가 커지는 B를 클릭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 결과는 경제본능이 순전히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다른 증거라 하겠다.


출처 : 피트 런/전소영,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흐름출판, 2009. pp. 147 ~ 150

그렇다면, SK에너지와 SK가스는 표준 경제학 이론에 아주 충실한 선택을 한 것인가. 담합을 주도한 기업이 비열하게 뒷통수를 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 셈이니 말이다. SK그룹 최태원회장은 “이(利)보다는 의(義)를 추구 한다”(見利思義)는 경영철학을 밝힌 적이 있고, SK는 광고와 선전을 통해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SK그룹은 최근 SKC&C 상장으로 약 1조원의 평가익을 얻었고, 이번 자진 신고로 면제과징금으로 4396억원을 벌게됐다. 정말 '의'를 중시하는 정직한 경영인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경영인에게 의를 묻는 것은 너무 순진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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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리어드니
 TAG sk가스, SK과징금, SK그룹, SK에너지, 경제학,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죄수의 딜레마, 피트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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