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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클닷컴's 서재/심리학의 속살들 2009/12/19 03:02

ⓒ 조클닷컴 joecLe.com™ 자유를 꿈꾸다

카스 R. 선스타인의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2002 월드컵 때 한반도를 뒤덮은 응원열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함과 강도높은 결속력이 뿌듯하게 다가 왔었다. 학교에서 줄곧 배워온 '협동 단결'이 비로소 시민사회에서 분출되는구나 했다.

백성들은 노래부르고 춤추기를 좋아하여 저문 밤에 남녀가 무리 지어 노래하며 몇날 몇일을 즐기기를 좋아했다는 삼국지위지동이전의 기록을 떠올리며 우리 민족은 참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단체나 조직에 협조를 잘하는 사람은 사회적 연대를 강화시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고,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집단의 평화를 위협하는 불순한 세력으로 경계했다.

그러나 카스 R. 선스타인의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를 읽고나면 이러한 동조와 이견에 대한 역할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많은 경우, 대중의 뜻을 따르는 것은 개인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는 설령 개인의 의견이 사회의 지배적인 의견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카스 R. 선스타인은 말한다.

왜 그럴까. 저자에 따르면, 이견이 차단된 집단이나 조직은  개인들이 가진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배울 수 없게 되는 자기 함정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꼽는 대표적 사례인 1961년도의 케네디의 쿠바 침공 실패나 존슨 행정부의 베트남 확전 결정 등에서 참모들은 작전의 실패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압력에 짓눌리어 감히 이견을 드러내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처신한다. 사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는 지극히 낙관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안데르센의 이야기에서는 어린아이가 외친 진실이 거짓을 이겼지만,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얘기로, 실제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기만은 그렇게 쉽게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에 관한 잘못된 판단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가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정의, 억압, 집단 폭력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거의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은 왜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카스 R. 선스타인은 솔로몬 애쉬와 무자퍼 셰리프의 동조 실험에서부터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예로 들면서 동조와 평판에의 집착이라는 인간의 본성에서 답을 찾아간다.

{실험 결과를 보시려면 ☞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적인 권위에의 복종 실험,
무자퍼 셰리프의 동조 실험, 사회규범과 집단 보수주의 형성과정}

어떤 문제에 대한 온전하고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전달하는 신호를 토대로 결정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정보 쏠림 현상을 유발하며 집단 편향성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가진 정보나 판단을 따르지 않은,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 내는 행위들은 사회에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수많은 사람의 행위는 단지 최초의 몇몇 사람들의 행위를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시민 단체에서뿐만 아니라, 의회, 정당, 종교  집단, 그리고 법정에서도 일어나게 되고, 쏠림 현상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다원적 무지[각주:1]가 자라게 된다.  다원적 무지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특정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잘못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주장이나 행동을 바꾸게 되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지(또는 옳을 것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자 주변 사람들의 판단을 따른다.

이처럼 이견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다수로 말미암아 '인기가 없거나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하는 규범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때로는 치명적인 사회적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시민적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는 것은 개인적 권리의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수를 막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자유로운 표현과 이견을 보호하는 체계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모두에서, 정책 입안가의 잘못된 확신과 실수를 막을 수 있는 보호 장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같은 다양한 시민적 자유의 보장은 동조의 압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사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침묵의 위험으로부터 공중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필요 하다는 것이다.

독재 국가는 이견을 가진 사람들을 처벌하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한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로운 사회에서조차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충성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사회의 적으로 묘사된다.

자유로운 국가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도록 허용하지만 사회적 압력은 동조를 요구하고 때때로 이런 압력은 매우 강력하다.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희생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견해를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中에서

물론 이 책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는 분들도 당연히 계실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원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의 반대편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완벽할 수도 없으며, 우리는 지금도 어디선가 숨겨진 정보를 말하고 있는 억눌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러 모로 유용한 책임에 분명하다. 좋은 책은 행동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읽고 난 조클의 첫 번째 변화는 반말과 욕설을 제외한 어떤 댓글도 삭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견 제시자의 중요성을 깨우친 까닭이다.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카스 R. 선스타인 (후마니타스, 2009년)
상세보기


출처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지우·송호창 옮김,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후마니타스, 2009년

  1. 다원적 무지 : 어떤 사건 또는 어떤 이슈에 대한 소수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이라고 잘못 인식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다수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1920년대에 플로이드 알포트 등의 사회심리학자들이 다수 집단의 갑작스런 보수화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 남들은 그렇다"고 지레 짐작하는 것이 '다원적 무지'의 전형적인 어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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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리어드니
 TAG 2002월드컵, 다원적무지, 동조, 리뷰, 박지우, 벌거벗은임금님, 벌거숭이 임금님, 사회적압력, 송호창, 쏠림현상, 안데르센, 집단 편향성, 촛불집회, 카스 R. 선스타인,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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