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타인의 <부의 탄생>은 제국의 탄생과정을 경제사의 관점에서 부국들의 탄생과정을 조명한 흥미로운 책이다. 이러한 책이 신경과전문의로 일하다 투자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의 <투자의 네 기둥The Four Pillars of Investing>(2009)이 투자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부의 탄생>은 부자나라의 흥망성쇠 요소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전제는 어떤 사회가 네 가지 결정적인 요인 -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현대적인 수송과 통신 -을 획득하면 틀림없이 번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1800년이나 1900년과 마찬가지로 오늘 날 세계에서도 네 가지 요인이 발전된 곳에서 번영이 존재했다고 역설한다.
고대의 중국, 로마제국, 오스만제국이 그랬고, 근대 이후의 네덜란드, 영국, 미국, 일본이 그랬다는 말이다. 이들 제국들은 재산권의 확립은 물론 과학적 합리주의와 자본시장이 만개하고 수송과 통신이 발달했을 때 제국의 정점에 다다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가설적 테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결국 국가들에 관해서는 통제되는 과학적 실험을 할 수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주장들을 기각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통사적으로 경제사를 꿰뚫어보는 안목은 결론의 부적정함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부에서는 경제성장이 왜 특정한 시점에 일어났는지를 네 가지 결정적 요인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설명했다. 제2부에서는 네 가지 제도적 요인들의 측면에서 다양한 나라의 성장 패턴을 검토하고, 제3부에서는 경제성장의 결과와 미래 부의 흐름을 예단했다.
저자는 지나치게 제국 편향적이고 극우의 정점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현재 미국의 선제적이고 일방주의적인 태도에 동의하지 않고 또 이것이 정당한 일이겠지만, 최소한 하나의 미주적 강대국이 세계의 전체주의적 국가들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우리를 안심시키기는 한다.
전체주의에 대응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자유민주주의적 초강대국이 하나도 없다면, 세계는 훨씬 더 무시무시할 것이다.
<부의 탄생> p.517
전체주의에 대응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자유민주주의적 초강대국이 하나도 없다면, 세계는 훨씬 더 무시무시할 것이다.
<부의 탄생> p.517
부와 세계 헤게모니를 1세기 넘게 장악해 온 제국에서 그것도 제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 보면 갖게되는 당연한 관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절한 법치를 확립하지 못한 나날에는 어떤 종류의 경제적 원조도 낭비에 불과하며, 서방이 세계의 저개발국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하게 유용한 것은 제도적 유산이라는 주장은 빈국을 헤아리지 못하는 섬뜩한 오만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방식대로 산타야나(Geore Santayana)의 말을 반복하자면, 경제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역사의 궤적 속에 뒤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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